새벽 꽃 마실

from Tous Les Jours 2014/08/2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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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오전 네시 사십 오 분. 푸르스름한 창을 보며 눈을 감았다 떴다, 뒤척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다섯시 반. 고양이 세수를 하고 홍차를 끓였다. 시동을 걸며 시계를 보니 다섯시 오십 분. 주유를 하고 올라탄 북로에는 제법 차가 많았다. 그래도 반포까지는 삼십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꽃시장 드라이브와 과천 국립 현대 다녀오기였다. 과천은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지만 일단 꽃시장은 해냈다. 나는 운전에 서투르고, 여전히 운전석 보다는 조수석을 좋아하지만, 꼭두 새벽 나를 꽃시장에 데려가 달라고 말했을 때 달가워 할 사람은 택시 기사 뿐이다. 어쨌든, 리시안셔스 두 단과 스토크, 미스티 블루를 한 단 씩 사서 돌아오는 길에는 운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한 밤중 혹은 이른 새벽, 달뜬 마음을 식히기에 꽃 시장 만큼 좋은 곳이 서울에 또 있을까.

꽃을 손질해 물을 올리고 꽂으며 문득 '미친년 꽃다발'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그것을 울이라 부르든 조라 부르든 마음이 급격이 기울어 어쩔 줄 모를 때 평정심을 찾는 방법이 꽃이라면 나쁠 건 없다. 이제 나는 원할 때면 언제든지, 한 밤 중이든 이른 아침 이든, 혼자서도 꽃을 사러 달려 나갈 수 있으니까. 괜찮다. 나쁠 건 하나도 없다.
 

2014/08/26 00:35 2014/08/2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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