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voyage!'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3 LONDON - June 2013/07/12
  2. 2013 LND (2) 2013/03/10
  3. vight cinq 2011/11/27
  4. vingt quatre (2) 2011/10/30
  5. vingt trois 2010/12/26
  6. vingt deux 2010/12/12
  7. vignt et un 2010/12/11
  8. vingt (1) 2010/11/21
  9. dix-neuf 2010/11/21
  10. dix-huit (1) 2010/11/21

2013 LONDON - June

from Bon voyage! 2013/07/12 20:59

London

28/06/2013 01/07/2013

UOL College Hall


China town/ BFI Terrace bar/ Barbican art center/ Columbia road flower market East London Sunday*/ Ronnie Scott/ Persephone Books

Liberty/ House of Fraser/ Harrods
Bar Italia/ Monmouth coffee/ Workshop coffee
Princi/ Thai metro/ Dishoom
Neal’s yard dairy

Tate modern - Ellen Gallagher
Photographer’s gallery
Wallace Collection
British Museum



딤섬, 버블 티, 버터크림 케이크, 그리고 배가 볼록한 금붕어 빵이 헤엄치는 곳, 차이나타운. 금요일 밤 소호의 바 이탈리아, 커피를 마시고 피칸 파이를 들쑤시며 들었던 스파이스 걸즈의 워너비Wannabe. 

작가와 장인, 테이트 모던 엘런 갤러거 회고전. 깍지콩 샐러드와 단호박 페타치즈 점심, 알란야우의 밀라노 풍 카페 프린치. 코벤트가든 참새방앗간, 몬머스 커피 아이스 라테. 파란 하늘과 핌스와 샴페인, 하릴없이 술술 흘러간 템즈 강변의 오후. 샬롯 스트리트 타이 메트로와 그 앞 집 요거트 아이스크림, 선선하던 그 저녁.

선데이 로스트 말고 이스트 런던 선데이. 아이스 라테, 살구와 피스타치오가 박힌 멋진 치즈 크래커와 말린 망고, 침이 고이는 나의 목적지 로 아 라 부슈.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들은 라이밴 락 스피릿 어린이의 따사롭던 기타 연습곡. 저지 팬츠에 플립플랍을 끌고 나와 꽃을 사던 이스트 런더너들. 살짝 추워질 즈음 종일 브릭레인과 콜럼비아로드를 쏘다니며 골목에서 한 개씩 파는 굴을 사먹고 델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달스턴으로 건너가 음악을 듣는 그런 언젠가. 비둘기에게 뺏긴 쇼트 브레드와 홍차, 일요일 오후 한가롭던 바비칸 아트센터 푸드 홀. 사진의 시사성과 도발성, 도이체 뵈르제* 사진 상 후보 작가 전시,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리버티 하면 리버티 원단.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에는 비스타 알레그레가 있다. 내 인생 최고의 테이크 파이브, 로니 스콧.

*독일 증권거래소

프라고나르와 호흐의 월레스 컬렉션. 하늘색 커피 잔처럼 가볍고 섬세한 로스팅, 워크샵 커피. 다른 백화점에 있는 물건은 해로즈에도 있고, 다른 백화점에 없는 물건은 해로즈에 있다. 잉글리쉬 체다는 닐스 야드 데어리. 차이와 치킨 티카 마살라 롤, 월요일엔 주사위를 굴려요, 디슘. 지적이면서도 편안한 매력, 블룸즈 버리와 페르세포네 북스. 이제는 안녕, 대영박물관.


SOUVENIRS

리버티 손수건 세 장,
치즈 크래커와 말린 망고.
비스타 알레그레 브랙퍼스트 컵
참새 무늬 드레스
가디언과 옵저버
월레스 컬렉션 기념 접시 세장
핌스 한 병
요크셔 티 한 박스


2013/07/12 20:59 2013/07/12 20:59

2013 LND

from Bon voyage! 2013/03/10 08:59


2013 03 04 - 2013 03 08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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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wok / L'Eau à la bouche/Dishoom
The Wolseley/Claridge's
Ottolenghi/The Orangery/Tom Aikens/Flat White
Monmouth coffee/The Refinery
St. John bread&wine /Peyton and Byrne

Harrod's/Fortnum & Mason/Borough Market/Whole food/Daylesford Organic/Selfridge's/Mark's&Spencer

Tate Britain - Retrospective Schwitters
Saatchi - Gaiety is the most outstanding feature of Soviet Union
Tate modern- Restospective Liechtenstein, A bigger 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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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거짓말처럼 나를 기쁘게 만들었던, 북역 전광판에 떠 있던 St. Pancras international. 고마웠던 마중. 브릭 레인에서 브로드웨이 마켓까지 긴 산책, L'eau à la bouche와 첫 플랏 화이트. 치즈하면 프랑스인가요, 앙드루에 프로마주리. 차이만큼은 맛있었던 Dishoom. 담배 연기.
 
여전히 멋진 남자들이 미팅을 하고 아침을 먹던 The Wolseley. 슈비터스와의 첫 만남 그리고 영국 회화, 테이트 브리튼. 클라리지스의 일등 스콘과 백점짜리 마리아주를 보여준 마르코폴로 젤리. 포트넘 앤 메이슨, 내 평생의 밀크티. 좋아하는 서점 Hatchard's. 작년에도, 올해도 별로 달갑지는 않았던 옥스포드 스트릿 혼자 걷기. 떠들썩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외로웠던 밤.

깔끔한 마감과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던 오또렝기. 평온해 아름다웠던 아침 나절 켄징턴 가든, The Orangerie. 편안하고도 즐거웠던 대화. 항상 길을 잃게 되는 사우스 켄징턴 역 앞. 괜찮았던 서비스, 그러나 기대에는 못미쳤던 식사 그래서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았던 Tom Aikens. 런던에는 Sushi des artistes 라는, 희한한 이름의 스시집이 있더군요. 사랑했던,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는 사치. 흠뻑 좋았던 전시. 아, 사치, 사치, 오오 사치. 오일머니 아로마 진동하는 나이트브릿지와 해로즈. 그럼에도 모두를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만드는 마술같은 푸드홀. 아스파라거스에 시소 잎까지 얹은 남다른 나시고랭. 늦게 찾아간 소호에서 마신 두 번째 플랏 화이트.

좋은 날씨 땡,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찾아간 보로우 몬머스, 전 직원이 패셔너블한 그 곳. 이번엔 필터커피. 섬세한 맛은 없던, 그러나 그 나름대로 좋았던 커피 한 잔. 생각보다 투어리스틱했던 보로우 마켓. 비싸던 프랑스 토끼와 덜 비싸던 영국 토끼. 뜨거운 허니 레몬 진저, 크로아티아 무화과 케이크, 역시 프랑스 치즈, 루쿰 사탕, 포르투갈 나따 그리고 허니 콤브. 사년 만의, 들어가는 순간 너무 반가워 숨이 탁 막히던 테이트 모던. 다시 만난 세계, 리히텐 슈타인 회고전. 흥미로웠던 기획, A bigger splash. 흐린 날씨, 유리 창밖으로 보이던 템즈강과 생 폴 성당. 런던에서 다시 만난 홀푸드 땅콩버터 머신. 없는 허니로스티드피넛 대신 아쉬운대로 솔티드 피넛. 노팅힐 밤 산책, 데일스포드 오가닉.

St. John의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 런던에선 잊지 않는 시나본 시나몬 롤 한 박스. 마지막 날은 갤러리 대신 백화점 셀프릿지스. 한국 백화점가와 별 반 다를 바 없는 값에 사들인, 그래도 예뻐 좋은 첫 로열 앨버트. 다음에는 꼭 티세트를. 로컬 구르망들을 위한 실용적인 구성의 셀프릿지스 푸드 홀. 그곳에서 나를 실소하게 한 트러플 가격표. 가던 발길을 붙잡던 장미 향. 무거웠던 캐리어. 비와 교통체증. 케이크가 아기자기 페이튼 앤 바이른. 훅 반한 엘더플라워 앤 진저 티. 드디어 찾은 밀리어네어스 쇼트 브레드. 또 한 번의 반가운 대화, 고마웠던 따뜻했던 배웅. 그리고 다시 나는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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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여섯 상자, 네 깡통.
전시도록 다섯 권, 카툰 북 한 권, 읽고 싶은 대로 골라담은 아홉 권 도합 열 다섯 권.
초콜릿 두 상자, 한 판.
터키쉬 커피 한 깡통, 한 갑.
유기농 설탕 백 오십 그람.
과일 잼 큰 한 병 작은 두 병.
시나본 시나몬 롤 한 박스.
찻 잔 다섯 조.
스코티쉬 퍼지 두 상자.
허니 콤브 한 봉지.
꽃무늬 시장 가방 하나, 면 가방 둘.
커피 한 봉지.
말린 망고 한 봉지.
꽃무늬 우산 하나.
엘더 플라워 앤 구즈베리 향수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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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키친 원해요


 
2013/03/10 08:59 2013/03/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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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ht cinq

from Bon voyage! 2011/11/27 06:02
médiathèque
메디아떼끄

체크아웃을 하고 남은 시간을 메디아떼끄에서 보냈다. 동생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나는 잡지와 요리책들을 뒤적였다. 그때 봤던 '프랑스 요리와 와인 Cuisine et Vin de France'에는 꿀 특집 기사가 실렸었다.
라 로셸에서 살기 시작한 지 반년이 넘도록 나는 학교 도서관과 앞 뒤로 붙어있는 메디아떼끄에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었다. 외국 생활을 해도, 나는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찾아 볼 생각을 않는 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만사 무심했다.
한 학기 뒤에 라로셸에 온 그녀 덕분에 처음 메디아떼끄 문턱을 넘은 이후로 나는 금새 메디아떼끄의 출석대장이 되었다. 여기서 푸투마요 프레젠트 Putumayo Present를 발견했고 친구들의 비웃음에도 불구, 어느날 갑자기 오페라 팬이 되었다. 천금이 생긴다면, 이런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메디아떼끄, 라 로셸
médiathèqu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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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06:02 2011/11/27 06:02

vingt quatre

from Bon voyage! 2011/10/30 18:52
La Brûlerie
로스터리

닭이나 육류를 구워파는 구이집 옆으로 성냥갑만한 로스터리가 새로 생겼다. 가게 자리를 다 차지하고 서 있는 빨간 로스터 한 대가 차그락차그락 원두를 볶고 있었다. 고소하고 진한 냄새와 뜨거운 열을 확확 뿜어내면서.
지금이라면 분명히 커피 한 잔을 더 마셨을텐데. 에스프레소를 연달아 두 잔 마실 생각은 못하던 시절이었다.
 
라 브륄르리 뒤 마르셰, 라로셸
La Brûlerie du Marché,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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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30 18:52 2011/10/30 18:52

vingt trois

from Bon voyage! 2010/12/26 16:00
un café ii - parfait
커피 ii - 완벽한 한 잔

200 그램 분량의 원두 한 봉지와 오렌지 향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코코아 한 팩, 꿀과 향신료가 가미된 팽 데피스 pain d'épice 풍 코코아 한 팩 값을 치르고 자리에 앉았다. 그 새 에스프레소 머신이 한 대 더 늘었고 초콜릿이며 카카오도 구색을 갖춰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좋았다. 주인 아저씨는 구석에서 콩을 볶고 아주머니는 차 상자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잰 두 손이 내 온 커피 한 잔에는 단 한 방울의 아쉬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사뵈르 커피*, 라 로셸
Saveur café,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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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6 16:00 2010/12/26 16:00

vingt deux

from Bon voyage! 2010/12/12 13:50
le marché d'hiver
겨울 시장

일어나 서둘러 시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내 실망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노엘 휴가도 끝난지 오래인데 봄, 여름, 가을 그 빼곡하고 바쁘던 노점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열에 일곱은 휴점, 실내에도 문을 닫은 코너가 많았다. 치즈 코너, 파테나 키쉬를 파는 코너들은 두 집이면 한 집만 문을 여는 식이었고 내 목적지였던 빵가게는 일주일에 무슨무슨 요일에만 문을 연다는 메모를 세워두고 문을 닫아 나를 한 없이 아쉽게 했다. 이번에야말로 이름도 모르고 얻어먹은, 그 고소하고 단 맛이 돌던 잡곡빵 이름을 알아내겠다고 찾아갔건만 기약없이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빠짐없이 모두 문을 연 것은 생선 코너들 뿐이었다. 한 마리 척 사다가 부야베스라도 해 먹을 수 있었더라면 위로가 되었을까. 나는 부야베스를 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제는 내가 심심하면 앉아 양파를 까고 시금치를 데치던 내 부엌이 그 도시에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절절한 문제였다.  

라 로셸 시장
le marché de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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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13:50 2010/12/12 13:50

vignt et un

from Bon voyage! 2010/12/11 20:45

les petites emplettes
장보기

떠나기 전 날 저녁, 사고 싶은 물건이 몇가지 있어 간단한 쇼핑에 나섰다.

먼저 피노 데 샤랑트 Pineau des charentes.
나는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나 훌륭한 호스티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친구를 둘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인 니 Ni 가 마련한 모임에서 처음 피노 데 샤랑트를 맛보았다. 작은 유리잔에 1센티 쯤 되는 높이로 채워 준 피노를 마신 나는 그날의 메뉴였던 꼬꼬뜨가 완성되는 동안 니의 침대에 드러누워 단 잠을 잤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피노 데 샤랑트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블랑같은 일반 와인이 아니라, 발효 중인 와인에 코냑 같은 브랜디를 섞어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이다. 일반 와인(12.5%)보다 알콜도수가 높지만(16%~22%) 포도의 당분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아 꽤 달다. 때문에 알콜 분해능력은 없지만 소주를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단 맛이 나는 술에 별 거부반응이 없는 나는 피노 데 샤랑트를 쪽쪽 빨아 마시고는 입맛을 다시며 친구의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라 로셸에 살 때 보아 둔 적이 있는 시내의 부띠끄에서 작은 피노를 두 병 샀다. 로제와 블랑. 가게가 이사준비를 하는 모양으로 좀 정신이 없었지만 여주인은 몇가지 피노를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다.

다음은 소금 버터 카라멜 Caramel au beurre salé.
나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카라멜을 마음 속으로 선정해두었는데, 라 로셸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소금 버터 카라멜은 프랑스에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파리를 중심으로 보면 낙농업으로 널리 알려진 브르타뉴 산이 가장 유명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특산품으로 만들어 파는 카라멜은 좀 더 풍미가 진한데 천일염으로 유명한 일 드 레의 소금과 푸아토 샤랑트 지역에서 나는 버터, 그리고 피노 데 샤랑트로 향을 더해 만든다고 한다. 시내에서 새로 발견한 푸아토 샤랑트 특산물 가게에서 작은 직육면체로 낱개 포장되어있는 카라멜 한 팩과 원통 모양에 나무 막대를 꽂아 만든 카라멜 캔디를 한 봉지 샀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지만 입안에서 녹는 느낌과 맛이 무척 부드럽고 진한데다 다 녹여 먹으면 맨 끝에 아주 작은 꽃소금 조각이 입안에 까끌까끌하게 남아 짭짤한 맛을 남기고 없어지는게 재미있었다.

사고 싶었던 기념품들을 모두 무사히 구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슈퍼마켓에서 먹을 거리를 몇 가지 산 다음 슈퍼마켓 맞은 편 테이크아웃 차이니즈에 들렀다. 소스에 볶은 고기나 볶음밥, 춘권 같은 흔한 중국음식을 포장해 팔고 있었는데 가게 이름은 '야마토'였다. 남매나 부부로 보이는 젊은 중국 남녀가 가게를 보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이냐며 희미하게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나는 라 로셸까지 와서 가게를 얻고 장사를 하게 된 그들의 사연이 무척 궁금했다. 

방에 돌아와 사온 음식을 먹으며 사온 피노 중에 로제를 마셨다. 피노는 달고 내 기억보다 알콜냄새가 진해 한 모금 맛을 보자 마자 '주정 강화'라는 배운 단어가 떠올랐다. 야마토에서 산 음식은 예상대로 맛이 없어 난 금세 과자를 꺼내 먹기 시작했지만 동생은 사온 몫을 다 먹고 남은 피노도 남김 없이 모두 마셨다. 종일 어두웠던 하늘은 이미 저물어 밤이었고 간간이 빗소리가 들렸다. 튈르리 공원과 우아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오래된 영화를 보며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남은 저녁을 마저 보냈다.

뵈를레이 갈레트, 라로셸
Les galette de Beurlay,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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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20:45 2010/12/11 20:45

vingt

from Bon voyage! 2010/11/21 20:48
Tourteau fromagé
둥근 치즈 빵

애타게 찾아헤매던 추억의 과자가 있었다. 르플레 드 프랑스 Reflet de France 에서 나온 뤼네뜨 드 로망 Lunettes de Romans이라는 과자. 타원형 사블레 위에 과일잼을 바르고 똑같은 모양에 동그란 구멍 두개가 나란히 뚫린 사블레를 겹친 샌드인데, 이름은 안경이라는 뜻의 '뤼네뜨'지만 막상 보면 돼지코가 생각나는 단순하고 귀여운 과자다. 딸기 잼, 블루베리 잼, 살구 잼 타입이 있고 크고 두꺼운 사블레를 두장 겹쳐 놓았기 때문에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어느 곳에서도 뤼네뜨 드 로망을 못 찾아 낙심하고 있던 차에 예전에 이 과자를 산 적이 있는 슈퍼에 갔더니 여전히 팔고 있었다. 딸기 맛과 살구 맛 중에 딸기 맛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어 과일 주스를 사러 냉장고 쪽에 갔다 투르토 프로마제 Tourteau fromagé 를 발견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푸아토 샤랑트에 와서 이 둥근 치즈 빵을  잊고 갈 수는 없다. 투르토 프로마제는 다른 지방에서는 팔지 않고 파리에서도 한 두 군데에서만 일부러 만들어 파는 푸아토 지방의 특산물이다. 속은 아주 촉촉하게 잘 구운 치즈빵인데 260도에서 확 태운 표면이 정말 새까맣기 때문에 빵봉투를 열고 실물을 대할때마다 좀 놀란다. 옛날부터 푸아토 지방에서 주로 결혼식이 있으면 둥근 그릇을 틀 삼아 굽던 염소 치즈 빵이라는데 한 번 겉을 홀랑 태워놓고 보니 속이 아주 촉촉하고 맛있어 그때부터 이렇게 구워왔다고 한다. 봉투에 오렌지 주스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도 과일 주스와 먹으면 영양 균형이 잘 맞는다고 쓰여 있어서 인지 오렌지 주스와 먹으면 맛이 있다.  

라 로셸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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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8 2010/11/21 20:48

dix-neuf

from Bon voyage! 2010/11/21 20:47
pique-nique
피크닉

버스 안에는 우리와 할머니 한 명, 학생 한 명 뿐이었다. 하나 둘 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즈음에는 제법 굵어지는 것 같았다. 섬에 이르자 하나같이 단층에 주황색 지붕을 얹은 집들과 긴 풀이 자란 들이 보였다. 버스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좁은 시골 길을 구불구불 돌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불안해 졌다. 당장 라로셸 시내의 작은 호텔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가지였다. 작은 요트 선착장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모여있었고 무슨무슨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 몇 군데가 영업중이었다. 반짝반짝한 주황색 에나멜 테이블이 있는, 아주 모던하고 밝은 분위기의 불랑제리에는 남아있는 빵이 거의 없었다. 썰렁한 선착장과 골목을 기웃 거리다 갈레트를 먹고 가기로 했다. 문을 연 크레프리가 딱 한 군데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혼자서 갈레트와 크레프를 만들고 서빙도 하던 가게 안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있었다. 동생은 콩플레트를, 나는 누텔라 크레프를 주문했다. 콩플레트 위에 얹어 준 토마토 소스의 평범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크레프를 다 먹고 떠나기 전에 들른 화장실 벽에 언제 어느 클럽에서 이런 저런 음악 공연이 있으니 놀러 오라는 작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나는 못가는데. 그 포스터 앞에서 나는 희미한 소외감 같은 것을 느꼈다.  
역시 오래 기다려서 탄 돌아가는 버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버스 안은 따뜻했지만 밖에서 겪은 추위와 습기가 피로를 더했다. 버스가 구불구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자 이내 안심이 되었다. 짙은 회색 하늘과 바다를 구경 하는 동안 버스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 뭍으로 돌아왔다.  

생 마르탱 드 레, 일 드 레
Saint-Martin de Ré, île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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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7 2010/11/21 20:47

dix-huit

from Bon voyage! 2010/11/21 20:44

café de la paix
평화다방

겨울에는 배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배멀미를 하는 편이라 꼭 배를 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옛날 '보야르 원정대'에 나온 보야르 요새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동생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바다 위에 작은 케이크처럼 떠 있던 그 요새.
우리는 일 드 레 에 가기로 했다. 한 겨울에 일 드 레 라니,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봄에도 여름에도 일 드 레에 가지 않았던 것을 내내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 드 베르덩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카페 드 라 페 cafe de la paix 에서 차를 마셨다. 차에 일각연이 있는 '살롱 드 떼 salon de thé'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프랑스 카페의 티 서브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것이 뜨거운 물을 찻주전자에 따로 담아다 가져다 주는 것이다. 잎이든 티 백이든 이미 홍차를 우리기에는 너무 낮아진 온도 때문에 차 맛이 밍밍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 방식을 고수하는 카페나 파티스리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서울에 들어온 '폴' 에서도 같은 이유로 밍밍한 바닐라 향 차를 마신 적이 있다.
버스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았고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와서도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 동안을 기다렸다. 더 있다 나올 걸. 찻잔에서 또 한 풀 식어버리는 밍밍한 차 대신 프티 카페를 시켜야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던 것 같다.    


카페 드 라 페, 라 로셸
café de la paix, La Roc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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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20:44 2010/11/21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