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 해당되는 글 3건

  1. L'Anneau du Nibelung - La Walkyrie (4) 2013/03/12
  2. La Cenerentola (2) 2011/12/06
  3. dix (2) 20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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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opera national
L'Anneau de Nibelungen - La Walkyrie /R. Wagner
2013 Opera Bastille




'라인의 황금'을 보고 난 감상이 실망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인지, 이어지는 '발퀴레'에 대한 설렘은 반감에 반감을 거듭, 급기야 티켓을 끊고 나면 공연 전까지 의식적으로 몇 번은 하는 '귀에 붙이기(전체 감상)'는 커녕 1막만 겨우 찾아 듣고 마는 무성의로 한 달을 보냈다.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 일정이 잡히면 열심히 떼창 준비를 하며 복습을 하듯, 장르를 불문하고 공연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라는 게 필요하다. 게다가 나는 바그네리안을 자청할 수 있는 수준도 못 되기 때문에 그런 밑준비 없이 가서는 못 따라가고 잠들게 뻔 했는데도 영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바그너의 음악극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통상 쉽지 않다, 입문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마주하게 된다. 나도 어느 정도는 동감한다. 일단 오페라 팬이라면 상대적으로 익숙할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 (레치타티보 + 아리아)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극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강 약 중강 약 하는 식으로 조절하게 되는 집중의 리듬 타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게다가 길기는 또 오지게 길어서, '라인의 황금'은 중간 휴식없이 두시간 반을 내리 달리고, '발키리'는 순 공연 시간만 세 시간 사십 오 분이다. 체력 좋은 독일 작곡가 답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바그너에 일단 덤비고 보는데는 이유가 있다. 아리아나 레치타티보가 없는 대신, 그의 음악극에는 특정 인물이나 장면을 상징하는 유도동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현대의 영화나 드라마 배경음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음악적 장치가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선율을 기억하고 있으면 극을 따라가는데 도움이 되고, 특히 '발퀴레'는 많은 영화 감독, 음악 감독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던지라 직간접적인 매체 노출이 많았다. 의외로 '들으면 아는' 대목이 많은 작품인 것이다.
 
때문에 힘들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네시간에 달하는 공연 도중에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졸리기도 했지만 나의 무성의함에 비하면 무척 친절한 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전편에서 느낀 실망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연출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다. 더 휘황찬란한 눈요기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전 작품을 다 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운을 떼기는 조심스럽지만, 내가 본 링사이클 절반과 다른 작품까지 통틀어 느낀 바, 대부분의 경우 파리 오페라 나시오날의 연출은 분명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화려하게, 더 화려하게 spectacular! spectacular!'를 지향하는 쪽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파리의 오페라 신은 그 이미지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다. 유럽 경기 침체가 당장은 문제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예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문화계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는 몇 안되는 국가들 가운데 형님 격이고 어느 정도 장사도 잘 하는 편이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가 각종 매체를 통해 자주 조명하는 것 처럼 문화산업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 아니다. 현대에 지어진 오페라 바스티유의 모토가 오페라의 대중화였듯 파리의 문화 예술계는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혜택'이 아닌 '더 많은 예술애호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이곳에도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과 그들의 경제력 간의 끊을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허나 앞서 말한 프랑스 예술계의 모토는 더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 애호가들을 끌어 안는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한풀만 벗겨보면, 프랑스 문화계 종사자들은 언제나 예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성공에 성공을 거둔 호퍼의 그랑팔레 전시의 이면에는 예산확보를 위한 대관사업과 작품 대여료 인하를 위한 눈물겨운 네고가 있었다. 매 두 달에 한번 쯤 오페라 나시오날에서는 업커밍 공연들의 할인 혜택을 적은 우편물을 보내온다. 순수한 소비자인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내 사치스러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예술소비와 더, 더, 더를 외치는 일은 관둘 때가 되었다. 그것은 내가 사랑한다고 믿는 예술과, 그 예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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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2 21:32 2013/03/12 21:32

La Cenerentola

from Carnet de spectacle 2011/12/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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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체네렌톨라 / 로시니
La Cenerentola / Rossini
le 1 Dec 2011
Opera Garnier


파리에 오자마자 오페라 나시오날 Opera National 홈페이지를 주구장창 드나들었는데도 생각보다 오페라나 발레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도 훨씬 많고 티켓 가격대도 다양했지만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걸려있는 작품들은 이미 티켓이 없고 앞으로 걸릴 작품들은 예약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놓친 발레 라 수르스 La Source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그나마 인터넷 예매에서도 번호표 나눠주고 줄서는 식인 예약 시스템 덕에 빈약한 내 인터넷 라인으로도 예매는 가능했지만, 예매시간에 수업듣고 나왔더니 이미 인터넷 티켓은 전부 동이 난 상태. 절망해 있던 차에 극장 매표는 다음날부터라는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다음다음날 오페라 가르니에로 쫓아갔다. 그리고 파리 마담들이랑 착실한 청년들 사이에 끼어 삼십분쯤 줄을 서서 표를 샀다. 야호!

가르니에는 오래된 극장이라 밤에 조명 켜놓은 외관만도 환상적이지만, 내부도 환상적이다. 나는 유럽의 건축물이나 예술품에 좀 둔한 편인데도 시공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게다가 또 한 번 분위기를 비트는 샤갈의 천장화. 타임머신, 뫼비우스의 띠, 시대착오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치 어느 지점에서 시공이 뒤틀린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극장이었다. 솔직히 음향은 새로 지어진 공연장들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분위기는 경험해볼만 하다.

'라 체네렌톨라 La Cenerentola'는 로시니의 작품인데, 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버전만 아는 상태였다. 메트로폴리탄은 뭐랄까, 마치 디즈니 신데렐라를 연상시는 연출을 보여주었는데, 그래서 이번 라 체네렌톨라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다. 의상이나 무대 모두 완연한 프랑스풍으로, 미국버전과는 아주 달랐다. 똑같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와 미국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두권의 그림책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미국풍과 프랑스풍은 이렇게 다르구나, 그 다름이 새삼스러웠다.
 
청중에게 쉽고 친숙한 오페라들은 많지만, 가수에게 쉬운 오페라는 아마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스운 연기까지 해가며 그 어려운 곡들을 너무 쉽게 소화하는 가수들을 보며 그 노련함에, 그 노련미에 감탄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아름다움이 있지만 나는 '노련미'에 아주아주 약하다. 말그대로 훅, 하는 순간에 반한다. 너무너무 어려운 곡을 아주 편안한 얼굴로 심지어 웃어가며 연주하는 연주자interpreter나, 그냥 듣기도 벅찬 강연을 휘파람불듯 다른 언어로 따라가는 인터프리터 앞을 나는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랜만에 오페라를 봐서 그랬는지, 인간의 번뇌대신 마음씨 착한 아가씨가 시집도 잘가는 좋은게 좋은 이야기 앞이라서 였는지, 그날은 오페라 자체보다도 그런 부분이 더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인터미션 내내 좁은 발코니 박스에 그냥 앉아있기 답답해 홀에 나갔다가 샴페인을 한잔 마셨다. 샤를 에이지엑Charles Heisieck 매그넘을 보는 순간 너무너무 목이 말랐다. 런던 로열 오페라는 아예 티켓 예약때 샴페인 예약을 함께 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서비스가 참 좋다. 스놉이라 비난해도 좋다. 나는 오페라좌의 샴페인은 빵 위의 버터, 하얀 쇼트케이크 위의 딸기라고 생각한다. 황금 빛으로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서 마시는 샴페인 만큼 아름다운 감흥을 줄 수 있는 건, 발코니에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트 차림의 연인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2011/12/06 10:07 2011/12/06 10:07

dix

from Bon voyage! 2010/05/11 19:04

Label orange, Granny Smith, Royal Gala
오렌지색 라벨, 그라니 스미스, 루아얄 갈라

비좁은 테이블 위에 샴페인 병과 사과, 플라스틱 용기에 든 산딸기, 비닐 봉투에 담은 리치, 마카롱과 페피토를 마구 늘어놓았다. 동생은 과일을 좋아한다. 장을 보러 가서도 과일부터 고르기 시작하더니 이것도 먹고 싶어, 저것도 먹고 싶어, 한참 담다 다 못먹겠지, 라며 몇 개를 내려놓았다. 동생이 고른 그라니 스미스는 사각사각하고 새콤한 맛이 났다. 나는 맛있는 사과의 대명사라는 루아얄 갈라를 골랐지만 퍼석퍼석 했다. 역시, 좋아하는 놈은 못이긴다.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묵묵히 받아먹으며 생각했다. 
그날 저녁 칠링도 없이 플라스틱 컵에 마신 샴페인은 믿을 수 없을만큼 상큼했다. 아 정말 맛있다. 정말 맛있는 샴페인이야. 동생이 까주는 리치를 받아먹으며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오페라 베르제르
Bergère Opé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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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9:04 2010/05/11 19:04